간송미술관: 서화대전에 다녀와서

처음에는 문화재를 모아놓았다는 간송미술관에 대해 들었을 때 일본 사람인줄 알았다. 하지만 이번에 대학원 동기와 함께 기다리면서 이야기를 나눠보니 그 분은 일본으로부터 국보를 되찾기 위해 노력하신 분으로 전형필 선생님이고, 호가 간송이라고 했다. (간송 전형필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1, 이야기2, 이야기3)

간송미술관은 일년에 두번, 봄과 가을 2주간 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6일, 그러니까 오늘까지 연다고 했는데… 나는 오전 10시부터 6시까지 연다고 하길래 목요일 3시 반쯤에 도착했다.

이번에 전시회의 테마가 서화대전인데 요새 한참 인기를 끌고 있는 바람의 화원의 신윤복의 그림을 전시한다고 했다. 사실 그런 그림들을 교과서에서나 봤지, 실제로 어디에 소장되어 있는지 생각해 본 적도 없었는데 실제로 보려니 조금 떨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사람이 나 뿐만은 아니었나보다.

간송미술관은 요새 그 흔하디 흔한 홈페이지도 없었다. 그래서 혹여나 가서 헤매지 않을까 걱정하며 이리 묻고 지도를 찾았다. 근데 근처에 가니 헤맬 수가 없었다.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거의 300미터는 될 법했다.

한시간 반 동안을 추위에서 덜덜 떨며 5시쯤 되어서야 겨우 미술관 안에 들어섰다. 2층부터 둘러봤는데, 2층은 글씨가 많은 편이었다. 기억나는건 도저히 알아보기 힘든 추사 김정희의 글씨들과 역시 알아보기 힘들었지만, 찬찬히 읽어보니 좀 알 것 같았던 초서 한자문.

또 처음 들어보지만 나름 공주님인, 정명공주의 글씨들.. 선조의 딸로 10년동안 인목대비와 갖혀 있었는데 글씨 연습을 열심히 해서 석봉체의 대가가 되었다고 했다.  하지만 글씨를 뭘 볼 줄 알아야… 그래서 처음에는 열심히 보는 척 하다가 패스. 패스.

사람들이 몰려 있는 곳으로 가보니 신윤복의 그림들이 있었다. 가장 유명한 단오. 하지만 사람들이 너무 많고 움직이질 않아서 알바생이 사람들을 시간 맞춰서 보내야 할 정도였다. 단오는 생각보다 크기가 작았는데, 그림 가운데를 가만히 보니 선이 보였다. 알고보니 신윤복의 그림들은 책으로 되어 있어서 가운데가 접혀있었던 것. 이런걸 알게 되는게 아마도, 직접 가서 보았을 때 느끼는 재미일거다.

단오풍정/신윤복

출처 : 에로티시즘의 귀재 혜원(蕙園) 신윤복


우리는 한가한 쪽에 가서 이리저리 훑어봤는데, 누가 그렸는지는 모르겠지만 낡은 종이가 그대로 남아 있는 그림을 본다는게 참 기분을 묘하게 만들었다. 색깔이 그대로 남아있는 것도 신기했다.

아래층에도 신윤복의 그림이 가장 인기를 끌었다. 그 중에 제일 인기가 많았던 작품은 미인도였다.  이 작품은 정면이 아니라 옆쪽이긴 했어도 그나마 가까이서 좀 봤는데 거의 사이즈가 나만했던게 인상적이었다. 작은 사이즈로 봤던 그림에서는 볼 수 없었던 눈빛이나, 머리카락 한올한올이 참 좋았다.

미인도/신윤복

출처 : 성북동 ‘간송 미술관’에서 보았던 것

김홍도의 마상청앵이라는 그림은 처음 봤는데 인터넷을 뒤져보니 유명한 그림이었나보다. 두 사람이 나무 위쪽으로 고개를 돌아보는 모습을 보니, 이거야 말로 정말 소리가 들리는 듯한 그림이구나 싶었다. 마상청앵은 말 위에서 꾀꼬리 소리를 듣다, 라는 뜻인데 사람이 너무 많은 탓에 해석된 제목을 보지 못했었다. 하지만 나중에 도록을 보니 꾀꼬리가 짝을 부르는 소리를 듣는 것이라고 했다. 그림에는 꾀꼬리가 한 마리만 그려져 있는 것도 재미있는 부분인거 같다.

김홍도 마상청앵

출처 : 성북동 ‘간송 미술관’에서 보았던 것

바람의 화원에 보면, 동제 각화라는 말이 나온다. 같은 제목으로 다른 사람이 그림을 그린다는 것인데, 전시된 그림 중에 그런 것들을 몇 가지 보았다. 하나는 고슴도치가 오이를 등에 지는 그림이었고 다른 하나는 소 위에 피리를 부는 동자가 있는 그림이었다.

고슴도치가 오이를 등에 지는 그림은 도대체 이게 뭐야?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건 실제 있는 모습을 보고 그린 것이 아니라 상징, 즉, 자손을 의미하는 오이와 많다는 뜻을 가진 고슴도치로 다산을 상징하는 것이다.

오이와 고슴도치/홍진귀

출처 : 조선일보, 길게 뻗은 오이넝쿨처럼 자식 많이 낳아라

소 위에 피리를 부는 동자의 그림에서 눈에 띄는 것은 소가 우리나라의 황소같지 않고 특이한 모양인데다가(물소 같다고 함) 소의 그림 모양도 화가마다 비슷한 점이 많았다. 도록에서 보니 이것은 중국의 그림에 나오는 소의 모양으로 이 역시 직접 보고 그린 그림이 아니라 상상화라고 했다.

우리는 나와서 도록을 샀는데, 그 옆을 보니까 예전 전시회 때의 도록도 팔고 그림도 프린트한 것을 팔고 있었다. 그 중에 프린트한 것을 견본으로 보여주고 있었는데, 사람이 많아 많이 보지 못했던 것을 그 프린트로 자세히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추위 속에서 기다렸던게 너무 힘들었지만, 그래도 모처럼만에 문화생활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년 봄에도 잊지 말고 간송미술관을 찾아야지^^

+ 덧 : 지금 간송미술관을 이끌어가시는 분은 최완수 연구실장님으로 식민사관을 탈피하고 우리 문화를 지키기 위해 40년 동안 간송미술관에서 민족 미술을 연구하셨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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